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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미술제 수상작가전(1997년 입체설치부분)으로 열린 김승영의 전시는 이전의 작업인 작가를 둘러싼 자연과 문명에서 작업하던 물질성에 대한 탐구와는 달리 작가를 둘러싸고 있는 인간에 대해 섬세하게 조명하였다. 희미한 인물의 흔적이 남아있는 흰색으로 뒤덮인 똑같은 크기의 캔버스들로 설치된 이번 전시는 작가가 느끼는 인간의 무게를 작품의 무게로 풀어내 간결한 형태로 보여준다. 김승영은 스쳐 지나가는 인물마다 다른 경험을 가지고 있으나 지금은 지나간 일상의 흔적으로 차곡차곡 쌓아놓은 ‘기억의 방’과 작가의 스튜디오 문 크기의 캔버스를 현재의 통로로 사용해 기억 속에 막 안주하거나 사라져 버리는 사람들을 횡으로 쌓여있는 캔버스더미로 표현한 ‘기억의 문’, 그리고 기억의 공간을 현실의 공간으로 끌어내린 비디오작업으로 나누어 보여준다. 공간전체를 감싸는 부드러운 푸른색 할로겐은 비디오가 설치된 방까지도 같은 밝기로 비춰 관람객들을 작가의 기억의 공간으로 스며들게 한다.

비디오 작업에서는 배경의 실루엣으로부터 출발한 한 남자가 경직된 선으로부터 벗어나 점점 허물러져 내려앉고, 뒤이어 작가와 부분적으로 관계를 가진 듯한 모델이 실루엣으로부터 약간 벗어나 등장하고, 작가가 그 위를 흰색으로 덮어씌운다. 또다시 앞에 등장한 남자가 반복적인 행동을 하고, 또 다른 사람이 등장하고 작가는 똑같은 행위로 흰색을 덮는다. 아니 지워나간다. 김승영은 실루엣이라는 정형화된 현실에서 실망하고 절망하는 남자 자신이다. 그런 현실 속에서도 여전히 인간관계는 맺어진다. 김승영은 삶 속에서 만났던 사람이 좋았던 경험이건 나빴던 경험이건 간에 시간의 흐름 속에 객관적으로 남겨지기를 바란다. 횡적으로 놓인 캔버스에 묻혀진 물감의 흔적은 다른 캔버스들과 함께 기억의 흔적으로 시간의 골을 팬다. 회화라는 도구를 사용한 김승영의 평면-설치는 회화적 기호가 아닌 현실의 기호로 보여진다. ‘기억의 방’에서는 눕혀진 캔버스의 덩어리들이 공간 안에서 서로 밀고 당기고 있다. 하나의 캔버스를 점으로 본다면 그것이 쌓여져 선과 면을 이루고 그 면들은 캔버스의 의도된 물감 흔적들로 모여 하나의 덩어리를 형성하며 가장 단순하면서도 긴장감 넘치는 구도로 세상의 인간 관계를 묘사한다. 김승영은 회화자체의 의미에 관한 문제는 해명하지 않았지만 인간관계의 서사시를 개념적인 시각적 언어를 사용해 보여준다.

김미진 / 미술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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